고요한 비명이 들리지 않는 그 날까지 : 심규호
5월 10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어느덧 3주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문재인 정부는 인수위원회를 통한 정권 이양 기간 없이 당선확정 이후 곧바로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정지지율 81.6%을 달성할 만큼 뛰어난 국정수행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3주 동안 주요 행적들을 살펴보자면 황교안 총리의 사표 수리에서부터 시작하여 단통법 폐지 법안 계획, 최순실 국정농단 사항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조사 지시, 일자리위원회 설치, 위안부 협상에 대한 재협상 주장, 방사청 압수수색,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 업무 총괄 김정배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사표 수리, 4대강 사업 비리 수사 및 재자연화 후속 대책 마련, 노무현 대통령 추도식 참석,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추진까지 정말 쉼 없이 달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세세한 행적들을 제외하고 주요 업무만을 간추려 정리했음에도 이 정도인 것을 보자면 전 정부 임기기간동안 처리된 업무보다 몇 주간 현 정부가 처리해낸 업무들이 더 많다는 말들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현 정부의 국정수행능력에 대한 감탄과 함께 한편으로는 너무 많은 업무를 동시에 처리하는 것은 아닌지 괜한 걱정과 불안감이 자라나는 것도 부정하지는 못 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현 정부는 진행 중인 사항들 중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다뤄질 사안이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물론 짧은 시간동안의 성과만 보더라도 공연한 불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현 정부의 행보에 대해서는 신뢰와 응원을 보내고 더 먼 궁극적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일자리 창출, 적폐 척결, 친일 잔재 청산 등 중요한 과제들이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은 ‘고요한 비명’을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고요한 비명이란, 사회의 주변인들이 외치는 비명이다. 주변부에서 지르는 비명은 사회의 중심부에 닿지 않는다. 이러한 비명을 지르는 대표적인 이들에는 가정폭력 및 아동학대의 피해자들, 빈곤층과 차상위계층들, 성 소수자들이 있다. 각각의 실태를 살펴보자면, 가정폭력의 경우 5년 새 5배 증가하였고 아동학대 법원 접수 사건은 2년 새 15배 증가하였으며 소득불평등도는 악화되었으며, 성소수자들에 관한 담론은 이전보다 더욱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들의 비명은 단순한 선과 악으로 제시되지 않으며 복잡한 사회구조와 인간정체성을 그 근본원인으로 하기에 그들의 목소리가 사회중심부에 닿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새로운 대한민국이 가야 할 방향이기도 할 것이다. 단순히 시장에 그들을 맡겨둔다면 그들은 영원히 늪에서 헤어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들리지 않았던 그들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그들의 고통을 직시하며 그들의 삶을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작게는 고요한 비명을 지르는 이들이 위처럼 산정되겠지만 넓게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가슴 한편에 작은 공허감 하나씩 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 모두가 될 것이다. 도움의 손길이 먼저 닿아야 하는 이들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사회구성원 모두의 공허함 또한 어루만져줄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은 단순히 정부만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가 될 것이다.